어르신들의 웃음꽃을 피운 합천 '음악은 사랑을 싣고'

2026. 7. 16. 13:25답사리뷰

어르신들의 웃음꽃을 피운 합천 '음악은 사랑을 싣고' 현장 리포트


잔잔하고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던 주간보호센터에 다정하고 경쾌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평소라면 조용히 휴식을 취하거나 정해진 실내 활동을 하셨을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활짝 핀 웃음꽃이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하나 되어 즐겼던 2026년 7월 15일의 특별한 오후를 기록합니다.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이 지원하는 2026년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습니다. '함께 차리고 같이 나누는, 우리 동네 문화식탁 시즌3'이라는 부제 아래, 「음악은 사랑을 싣고」라는 이름으로 합천군 노블하임주간보호센터 실내 공연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본격적인 현장 스케치에 앞서, 이번 행사의 핵심 개요를 짚어보겠습니다.



* 행사명 : 2026년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음악은 사랑을 싣고”
* 일시 및 장소 : 2026년 7월 15일 14시 ~ 15시 30분 / 합천군 노블하임주간보호센터 실내 공연장
* 출연진 : 초대가수 사필성, 지역 가수(버스커) 이준철, 강현욱
* 행사 목적 : 문화적 소외계층인 시니어 계층(노인주간보호센터 등 시설 이용자)에게 직접 찾아가 문화적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지역 내 아마추어 음악인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여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


여기서 '생활밀착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란, 시민들이 별도의 시간이나 비용을 들여 전문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친숙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획된 사업을 의미합니다. 이번 행사 역시 어르신들이 매일 머무시는 주간보호센터라는 가장 편안한 공간으로 음악이 직접 찾아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깊습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대형 모니터에 띄워진 분홍빛의 화사한 현수막 이미지였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이웃이 있나요?',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라는 문구와 함께 큐알(QR) 코드가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을 통해 군민 누구나 사연과 신청곡을 접수하면, 사연의 주인공이 있는 지역 곳곳으로 찾아가 맞춤형 공연을 배달하는 본 사업의 독특하고 따뜻한 진행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친근한 동네 청년 같은 편안한 복장으로 등장하여 어르신들의 마음을 단숨에 무장해제 시킨 가수 사필성의 무대입니다. 스피커와 믹서 등 전문 음향 장비가 센터 한편에 자리 잡으며, 평범한 휴게 공간이 훌륭한 라이브 콘서트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오후 2시, 본 공연이 시작되자 실내의 공기가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첫 무대를 연 가수 사필성은 화려한 무대 의상 대신 편안하고 친숙한 차림으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마치 오랜만에 찾아온 손주처럼 살갑게 인사를 건네며 노래를 시작하자, 어르신들의 눈빛이 호기심과 반가움으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익숙한 대중가요와 감성을 자극하는 어쿠스틱 선율을 넘나들며 참석한 30여 명의 관객들을 순식간에 음악의 세계로 안내했습니다.

음악 앞에서는 나이도 숫자에 불과합니다. 의자에 앉아 정박자로 손뼉을 치시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의 표정에서 깊은 위로와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뒤편에서 분위기를 띄우며 함께 춤을 추는 센터 종사자분들의 헌신적인 모습 또한 훈훈함을 자아냅니다.

 

(공연링크/ 조항조 "고맙소")

공연이 무르익으면서 센터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여 휠체어에 앉아 계시거나 매트에 기대어 계시던 어르신들도 노래의 후렴구가 나올 때면 어김없이 손뼉을 치며 리듬을 탔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요양보호사와 센터 직원들이 어르신들 곁에서 눈을 맞추며 함께 호응하고 춤을 추는 모습이었습니다. 단순히 외부 공연팀이 와서 노래만 부르고 가는 일회성 위문 공연이 아니라, 시설 내의 모든 구성원이 음악을 매개로 깊이 교감하는 진정한 '문화 공동체'의 현장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무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지역음악인 강현욱, 이준철 가수가 장식했습니다.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자신들의 기량을 펼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귀중한 무대가 주어졌고, 어르신들에게는 풋풋하고 열정 넘치는 청년들의 에너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이자 관객과 같이 즐기는 순간입니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고, 흥에 겨운 어르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청년 가수와 함께 리듬을 맞추며 스텝을 밟습니다. 가수의 환한 미소와 어르신의 흥겨운 몸짓이 세대를 뛰어넘는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공연링크/ 진시몬 "보약 같은 친구야")

 

새로운 가수가 등장해 경쾌한 템포의 곡을 열창하자, 센터 내의 에너지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노래의 흥을 이기지 못한 한 어르신이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지역 가수는 당황한 기색 없이 어르신을 향해 다가가 자연스럽게 손을 마주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어르신의 유려한 몸짓과 청년 가수의 배려 깊은 리드가 어우러진 이 장면은, 이번 행사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완벽하게 시각화한 순간이었습니다. 지켜보던 다른 어르신들과 직원들 사이에서는 환호성과 앙코르 요청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날 합천 노블하임주간보호센터에서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공연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선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문화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르신들에게는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는 특별한 이벤트였으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음악인들에게는 관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며 무대 경험을 쌓는 성장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앞서 지난달 합천군 삼가면 남명카페에서 진행된 행사 역시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특정 계층이나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카페, 주간보호센터 등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 곳곳으로 스며드는 본 사업의 방향성은 지역 문화 발전의 훌륭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기에 충분합니다.

이번 2026년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은 오는 12월까지 매월 첫째, 셋째 주 수요일에 맞춰 지속적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온라인 링크를 통해 사연을 접수하면 합천군민 누구나 11월 말까지 찾아가는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가수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도 이처럼 물리적, 환경적 제약 없이 누구나 양질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생활밀착형 문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지역 예술인과 주민이 따뜻한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의 삶을 위로하는 이 아름다운 동행이, 합천군의 든든한 문화적 자산으로 깊이 뿌리내리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작성자: 문화기자단 이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