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17. 13:54ㆍ답사리뷰
맑고 파란 하늘이 유난히도 아름다운 오늘, 선비의 고장 경남 산청의 역사와 풍류가 살아 숨 쉬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산청읍에 위치한 영남의 명루, '환아정(換鵝亭)'입니다.
산청문화원이 주관하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 <산청구석구석문화산책 - "산청을 읊다">가 바로 이곳 환아정에서 열려 그 생생하고 감동적인 현장을 사진과 함께 기록해 봅니다.

📍 역사 깊은 명소, '환아정'으로 들어서는 길
환아정으로 들어가는 길,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웅장하게 서 있는 사의문(思義門)이었습니다. 돌계단 양옆을 지키고 있는 해태상과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져, 문을 통과하기 전부터 조선 시대 선비들의 고고한 기품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사의문을 지나 넓은 마당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환아정이 나타납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환아정은 무려 1395년(태조 4년)에 처음 창건된 유서 깊은 곳이더군요. 과거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영남의 3대 누정'으로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했던 곳입니다.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다가 복원되었고, 이후 일제강점기와 1950년 화재로 완전히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산청군민들의 오랜 염원과 노력 끝에 최근 예전의 당당한 모습으로 멋지게 복원되었다고 합니다. 정자에 올라서면 왜 옛 시인과 묵객들이 발길을 끊이지 않고 찾았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환아정 루 상단에 올라서니 머리 위로 펼쳐진 정교하고 화려한 전통 단청이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정자 내부에는 오늘 행사를 위해 정갈하게 마련된 찻상들이 줄지어 놓여 있어, 차를 음미하며 시와 가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예고해 주었습니다.
정자 마루 위로 올라서니, 은은하고 고운 빛깔의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출연진과 관객분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계셨습니다.
탁 트인 누각 사방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정자 너머로 푸른 산과 산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 전통 예술을 감상하니 그야말로 옛 선비들이 즐기던 풍류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이크와 음향 장비 너머로 울려 퍼질 소리들이 시작 전부터 마음을 설레게 하더군요. 오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짜임새 있게 이어졌습니다.

[ 🦢 옛 선비들의 고결한 풍류를 읊다 ]
- 한시 낭송 (두류한사회): 푸른 자연과 산청의 아름다움을 시조에 담아 울려 퍼진 세 분의 한시 낭송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조선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경전성독 (산청향교): 도포를 입으신 유림분들의 묵직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경전 성독 소리가 환아정 마루와 서까래를 가득 채우며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 정제된 단아함의 극치, 화선무]
한시 낭송이 끝나고 마루 위로 세 분의 무용수가 화사하고 정갈한 백색 한복을 맞춰 입고 등장하셨습니다.
전통 가락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부채를 접고 펼치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속에서 하얀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환아정의 붉은 기둥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무용수들의 고운 발디딤, 그리고 사뿐히 흩날리는 치맛자락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관객석에서는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 깊은 여운을 남긴 독무, 산조춤]
단아한 화선무에 이어 분위기를 바꾸어 펼쳐진 산조춤은 무용수 한 분이 무대를 가득 채우는 독무로 진행되었습니다. 녹색 저고리에 선명한 분홍빛 치마를 입고 등장하셔서 시각적인 아름다움부터 관객들을 사로잡았는데요.
가야금 장단의 흐름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며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신명 나게 휘몰아치는 치맛자락과 섬세한 손끝 움직임 하나하나가 예술이었습니다. 도포를 갖춰 입은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손에 든 다과상 찻잔도 잠시 내려놓고 이 고혹적인 춤사위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탁 트인 자연을 병풍 삼아 감상하는 화선무와 산조춤은 옛 선비들이 누렸을 최고 수준의 풍류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준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 🎵 환아정에 울려 퍼진 감동의 선율, 가야스토리의 '인연' ]
(통기타, 가야금, 신디사이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환아정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고 있는 가야스토리의 모습입니다. 뒤편으로 펼쳐진 산청의 푸른 산세와 현대적인 악기의 어우러짐이 무척 이색적입니다.)
웅장한 환아정 누각 위에서 세 개의 악기가 합을 맞추며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동서양의 악기가 만나 내는 소리는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는데요.
특히 수많은 연주곡 중에서도 이선희의 '인연'의 첫 멜로디가 환아정에 울려 퍼졌을 때의 전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원곡이 가진 특유의 아련하고 애절한 감성이 가야금의 깊은 뜯김과 통기타의 부드러운 스트로크, 그리고 신디사이저의 풍성한 음색으로 재해석되는데,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기려놓은 듯 신비로운 6월의 파란 하늘과 환아정 기둥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애절한 '인연'의 선율이 마치 하나로 어우러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통 국악의 우아한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관객 모두가 숨을 죽이고 연주에 완전히 몰입했습니다. 마지막 음이 끝나자 환아정이 떠나갈 듯한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고, 이번 <산청을 읊다> 행사의 감동을 정점으로 이끌어주며 최고의 피날레를 장식해 주었습니다.
[🌿 행사를 마치며 : 시대를 거스러 올라간 낭만적인 하루]
이번 <산청을 읊다> 행사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공연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 자리였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묵묵히, 그리고 아름답게 이어가시는 지역의 어르신들과, 그 귀한 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정성껏 무대를 마련해 준 산청문화원의 따뜻하고 뜻깊은 진심이 온전히 느껴지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려놓은 듯 신비로운 파란 하늘 아래, 역사 깊은 환아정에서 마주한 우리의 전통은 눈이 부시도록 낭만적이었고, 바쁜 현대 사회의 시간 속에서 잠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선조들의 풍류와 인문학적 감성이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 가슴을 뜨겁게 울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멋과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해 멋진 자리를 준비해 주신 산청문화원 관계자분들과, 깊은 감동을 선물해 주신 어르신 및 출연진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함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산청 구석구석에서 펼쳐질 다채롭고 유익한 문화 산책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해드릴 테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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