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18. 18:36ㆍ답사리뷰
문화로 숨쉬는 하동
현장을 가다
①








- 6월 17일 하동축산농협 잔디광장서 ‘별천지 하동의 별난예감 v.2’ 개최
- 전통과 현대 아우른 16개 체험 부스, 군민 호응 속 조기 마감 속출
- 피아노·퓨전국악·밴드로 이어진 밤바람 속 릴레이 공연, ‘앵콜’ 갈채
- 7~8월 혹서기 휴식 후, 오는 9월 더욱 풍성한 가을 프로그램으로 귀환 예고
[하동군=문화기자단 강형근] 초여름의 길목, 평범했던 농협 마트 앞 잔디마당이 하동 군민들을 위한 낭만적인 ‘예술 야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남도, 하동군이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아트플러스가 주관하며 하동축산농협이 협조하는 2026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사업 ‘별천지 하동의 별난예감 Ver2 - 예술포차’가 지난 17일 하동축산농협 하나로마트 잔디광장 일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예술포차’는 단순한 먹거리 위주의 포장마차 개념을 넘어, 평소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예술 먹거리’를 지역민들에게 선물하고자 기획됐다. 이날 행사는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이어졌으며, 7시까지는 풍성한 체험 프로그램이, 이후에는 잔디밭을 무대로 한 낭만적인 공연이 펼쳐져 군민들에게 오감 만족의 시간을 선사했다.







■ 소나기 뚫고 피어난 문화 불빛… “퇴근 전부터 인파 몰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3시경, 한차례 굵은 소나기가 쏟아져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본 행사가 시작되자 보슬비로 잦아들더니 이내 하늘이 개어 행사는 차질 없이 진행됐다. 비 온 뒤 한결 선선해진 밤바람은 오히려 야간포차의 정취를 더하는 완벽한 배경이 됐다.
당초 기획자들은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이전에는 한산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문이 열리자마자 군민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참여 방식도 문턱을 낮췄다.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우 및 이벤트 참여 ▲만족도 조사 완료 ▲마켓 및 축협 5,000원 이상 구매 영수증 인증까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세 가지 미션을 통해 무료 체험권을 지급해 군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역 상권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 조선시대 사또로 변신한 기자, 볏짚 달걀 꾸러미… 전통과 현대의 콜라보
이날 잔디광장을 가득 채운 16개의 체험 부스는 너나할 것 없이 큰 인기를 끌었다. 무더위의 초입에서 가장 문전성시를 이룬 곳은 정춘화 서예가의 ‘신나는 예술바람 부채 체험’이었다. 군민들은 저마다의 소망이나 삶의 활력이 되는 격언을 부채 위에 담아내며 초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보냈다.
어린이 참여자들의 시선을 빼앗은 최고의 인기 부스는 제니공방의 ‘Shiny 하동 키캡 만들기’였다. 컴퓨터 키보드 자판(키캡)을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 누를 때마다 불이 들어오는 키링을 만드는 체험으로, 아이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조기 마감되어 아쉬운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전통 문화의 품격을 보여준 난정마을의 ‘볏짚 달걀 꾸러미 만들기’도 눈길을 끌었다. 지역 신문에도 소개될 만큼 전통 짚신공예 문화를 올곧게 이어오고 있는 난정마을의 이장단과 주민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귀여우면서도 세련된 달걀 꾸러미를 선보였다. 준비해 온 볏짚단이 전량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며 현대와 전통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예술포차’의 기품을 더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김성주 작가(진주 활동)의 ‘순삭(瞬削) 캐리커쳐’ 부스 역시 높은 만족도를 자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얼굴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김 작가는 ‘조선시대 초상화’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차별화를 뒀다. 기자의 요청에 따라 ‘조선시대 사또’의 의상과 장신구를 접목해 위엄 있으면서도 위트 있는 나만의 캐리커쳐를 선물해 주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예술 체험을 무료로 즐긴 주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심장 뛰는 피아노 연주부터 감동의 국악, 밴드 언커먼의 낭만적 피날레까지
오후 6시 30분이 지나자 잔디광장은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변모했다. 첫 주자로 나선 백지원·김여은의 ‘포 핸드 피아노(4 Hands Piano)’ 듀오는 한 대의 피아노에서 네 개의 손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특히 전주만으로도 관객들을 들썩이게 한 신해철의 ‘그대에게’ 연주는 잔디밭의 열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이어 무대에 오른 서은영 소리꾼과 시·노래 김평부 선생의 퓨전국악 무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북과 대금, 기타 선율 위에 얹어진 자작 시·노래는 깊은 울림을 주었고, 가사 사이에 ‘예술포차’를 재치 있게 녹여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서은영 소리꾼의 묵직하고 굳건한 ‘배띄워라’ 열창은 우리 문화가 가진 깊이를 온몸으로 체감케 했다.
축제의 피날레는 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언커먼(Uncommon)’이 장식했다. 지역 내에서 쉽게 만나보기 힘든 밴드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자, 처음에는 다소 경직되어 있던 군민들도 하나둘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무대와 하나가 됐다. 파워풀한 연주는 소나기 뒤의 습한 열기를 완벽히 날려버렸다.
공식 순서가 끝난 후에도 멈추지 않는 관객들의 앵콜 연호에 밴드와 음향 스태프는 흔쾌히 추가 무대를 선사했다. 마지막 자작곡 무대에서는 빠른 정리를 위해 보컬 홍산빈의 목소리 뒤로 멤버들이 장비를 정리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는데, 이것이 오히려 야간포차 특유의 자유롭고 낭만적인 밤바망과 어우러져 완벽한 ‘안성맞춤’ 엔딩을 장식했다.
https://youtu.be/ax6QGV8axzM
■ [기자의 시선] 문화는 언제나 내 곁에… 더디지만 꾸준하게 걸어갈 과제
축제를 즐긴 주민 김 모 씨는 “퇴근 후에는 아이들과 집에서 TV를 보거나 산책하는 게 전부였는데, 집 앞마당 같은 곳에서 이런 고품격 체험과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색다르고 행복했다”며, “시골이라 이런 작은 문화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릴 줄 몰랐는데, 앞으로는 언제 행사가 있는지 계속 관심을 두고 꼭 다시 찾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양적인 관객 수로만 평가하자면 넓은 잔디광장에 비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전방위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중대형 축제에 비해 관객석이 꽉 차지는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점이 바로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이 지속되어야 하는 명백한 이유다. 문화적 인프라와 경험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발걸음을 이끌어내는 것은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 ‘우리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문화를 전파하는 일은 속도보다 ‘꾸준함’이 생명이다. 단 한 사람의 주민이라도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그 순간, 언제든 내 곁에 문화가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사업의 본질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군민들의 마음속에 문화의 씨앗을 심고 추후 참여 의지까지 이끌어낸 이번 ‘예술포차’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매우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
한편,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행사는 7월과 8월 혹서기 동안 주민들의 안전과 쾌적한 관람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가진다. 더욱 알차고 풍성해진 가을 프로그램과 함께 오는 9월, 매월 첫째·셋째 주 수요일에 다시 하동 군민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행사 관련 문의: 아트플러스 055-884-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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